잡초밭 놀이터와 간판뿐인 행정, 양평군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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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은 얼마 전 부서 명칭을 ‘축산과’에서 ‘축산반려동물과’로 바꿨다. 늘어나는 반려동물 양육 인구를 고려해 정책 방향에 발맞추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겉으로는 그럴 듯했다. 정책에 대한 민감도도, 시대적 흐름에 대한 이해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어땠는가. 애견 놀이터는 잡초에 묻혔고, 쉼터 평상은 썩어 문드러졌다. 교평리 한강 둔치에 마련된 애견 놀이터는 사람이 다닐 수조차 없는 상태로 방치돼 있다. 목줄 착용 안내문은 남았지만, 정작 목줄을 찬 반려견이 뛰어 놀 공간은 없다. 잡초는 아이 키만큼 자랐고, 해충은 들끓는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양평군이 말하는 ‘반려동물 정책’이란 대체 무엇인가?
간판만 바꾼다고 정책이 되지 않는다. 이름을 바꾸고, 현수막을 걸고, 몇 번의 보도자료를 뿌리는 것으로 행정을 했다고 착각하는 순간, 그것은 주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보여주기식 행정이 낳은 폐해는 주민의 실망, 그리고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되돌아온다.
문제는 이 놀이터 하나가 아니다. 양평 곳곳에서 ‘간판만 존재하는 시설물’들이 점점 늘고 있다. 시설을 조성하고도 유지 관리에는 예산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된다. 접근성도 확보하지 않고 외곽에 지어놓고는 사용률이 낮다며 입을 다문다. 이는 ‘왜 만들었는가’ 보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쇼윈도 행정이 아니다.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행정력의 방향성을 군민 삶의 질 향상으로 돌리는 ‘현장 중심의 리더십’이다. 정기적으로 현장을 점검하고, 주민과 소통하며, 불편과 낭비를 줄이는 것이 진짜 행정이다.
양평군은 더 이상 ‘정책을 흉내 내는 데서 멈추는 행정’을 반복해선 안 된다. 간판이 아니라 실천이 군정을 움직인다. 반려동물은 군민의 가족이다. 그 가족을 위한 공간이 잡초밭이 되고 있는 지금,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하고 있는가.
안병욱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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