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궁대회가 보여준 ‘삶의 활력’…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든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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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읍에서 열린 제8회 어르신 한궁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지역사회가 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해답이었다. 이날 양평체육관을 가득 메운 600여 명의 어르신들과 자원봉사자들, 사회단체 구성원들은 함께 웃고, 응원하고, 박수치며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공동체의 온기’를 되찾았다.
한궁은 단지 손으로 던지는 경기만은 아니다.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집중력 강화, 양손을 사용하는 전신운동, 그리고 승부를 넘은 상호 격려와 응원의 장이라는 점에서 어르신들에게는 몸과 마음을 함께 단련하는 의미 있는 도전이다. 코로나19로 단절되었던 만남과 모임이 회복되고 있다는 상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대회가 결코 몇몇 사람의 노력으로만 치러진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체육회, 이장협의회, 새마을회, 주민자치위원회, 의용소방대, 자율방범대, 농협, 협회 등 양평읍의 거의 모든 공동체 조직이 한마음으로 움직였다. 어르신들을 차량으로 모시고, 점심을 제공하고, 안내하고 응원하는 모든 과정이 ‘함께’라는 단어로 이루어졌다.
이것이 바로 지방소멸 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전국적인 위기 속에서 양평읍이 보여준 이 장면은, 단순한 대회를 넘어선 지역 회복력의 표본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면, 어르신을 위한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존중과 실천으로 나타나야 하며, 그 첫걸음이 바로 활력 있는 노년의 일상을 지역이 함께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번 한궁대회는 지방이 중심이 되는 ‘생활 체육 민주주의’의 모범사례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스포츠가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녹아드는 곳, 그곳이야말로 건강한 사회다. 자치단체장이 직접 참여해 응원하고, 주민자치센터 수강생들이 무대에 오르고, 지역의 청년·장년 자원봉사자들이 뒤를 받치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바라는 ‘세대 간 연대’의 모형이기도 하다.
정부나 중앙 언론은 이러한 지역의 움직임에 무심할 수 있다. 그러나 진짜 변화는 늘 ‘작은 현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르신이 박수 받고, 청년이 봉사하며, 사회단체가 함께 움직이는 양평읍의 한궁대회 현장은 국가가 미처 제공하지 못한 ‘사회적 안전망’의 진짜 실체였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선진국을 꿈꾼다면, 고령사회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고령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지역에서부터 발굴해내야 한다. 양평읍 어르신 한궁대회는 바로 그 해답 중 하나였다. 진심어린 박수와 함께, 우리 모두가 함께 배우고 나아가야 할 아름다운 장면이다.
안병욱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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