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지평면 경로잔치에 박수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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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루처럼 귀했던 흰쌀이, 먹을거리가 너무 흔해 천덕꾸러기 비슷한 대접을 받는 시대이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굶주림은 이제 다른 세상 얘기가 되었다. 그러나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허기를 내 허기처럼 여겼던 인정은 결코 다른 세상 얘기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허기진 사람’은 좀체 줄어들지 않고 있는 때문이다. 사람의 정이 그리운 사람, 주변의 배려를 목말라하는 사람, 세상의 관심이 절실한 사람들이 풍요 속의 빈곤에서 허덕이고 있는 때문이다.
지난 주말 ‘지평면 경로잔치’에 갔다. 거기에서, 굶주림이 사라진 시대의 복지사회가 나아가야할 지평을 만났다. 특히 노년층이 급증하는 시대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보았다. 지역인구 6천명 가운데 2천명이 모이는 큰잔치를 스스로가 펼쳐낸 응집력도 대단하지만, 누가 베풀고 누가 덕을 보는 요식적인 모양새가 아니라 그야말로 정겨운 이웃사촌이 몽땅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손을 잡아 체온을 나누고 웃음꽃을 피우는 정경이 눈물겹도록 흐뭇했다.
그 잔칫집에는, 내가 크게 한턱 쐈노라 거들먹거리는 작태도, 영문은 알 필요도 없고 밥이나 한 끼 때우고 가자는 추태도 없었다. 어르신들이 즐거워해줘서 고마워하는 사람들과 우리 기쁘라고 정성을 쏟아줘서 기특해하는 어르신들만 가득했다. 어르신들은 일꾼으로 나선 지역주민들이 누구네 아범 누구네 어멈 누구네 며느리인지 잘도 알고 계셨고, 일꾼들은 맛나게 음식을 드시는 어르신들이 누구네 아버님 어머님 장인님 장모님인지 잘 알고 있었다.
지평면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소에 어찌 지내고들 계신지 안 봐도 비디오였으며, 데면데면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한 자리에 모여서는 절대 연출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경로잔치 잘 했으면 잘 했지, 복지사회의 미래상 운운은 과장이 심하다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웃에 대한 관심과, 이웃을 위한 선행이 매우 특별한 소수가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으로 펼쳐질 때 그에 필적할 만한 사회안전망이 또 있겠는가. 다만 지역사회의 관심과 결집이 ‘경로사상’에 국한되지 않고, 심신이 불편한 사람의 고충과 소외계층의 아픔, 더 나아가 박애주의에 이르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지평면 경로잔치’에 박수를 보내며, 더 흐뭇한 잔칫상이 양평 곳곳에서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안병욱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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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glffjfl님의 댓글
glffjfl 작성일지평 주민의 한사람으로 감사드리며 컬럼을 잘 읽었습니다.
비록 조금은 낙후되였지만 옛 고을의 명성을 찾기를 염원하기에
지역의 메스컴에서도 큰 관심 갖어 주시기 바라며 아름다운 글 많이 올려주세요.
안병욱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