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길 병원 네거리에서 눈 뜨고 코 베인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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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차선에서 느닷없이 승용차 한 대가 역주행 수준으로 뛰어들더니 필자의 차 옆구리를 세차게 들이박았다. 술이 번쩍 깬다는 소리를 말로만 들었는데 정말 순식간에 술기운이 사라졌고, 엄청난 굉음에 다쳐도 크게 다치겠구나 하는 공포가 또렷하게 엄습했다. 충돌음은 순식간에 끝났고, 다행이 목덜미 뻐근한 것 말고는 별다른 자각증세가 없었다. 후배의 안위를 물으며 안도하는 사이,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 차 옆구리를 처박고 잠시 주춤하던 상대차량이 그대로 쏜살같이 줄행랑을 놓았다. 번호판 확인할 겨를이 어디 있었겠는가. 그냥 멍청히 눈 뜨고 코 베이고 말밖엔. 그것도 매일 아침저녁 오가던 길병원 네거리에서.
안 그래도 잔고 확인하면 혈압이 급상승하고 당이 확 떨어지는데, 차 수리비가 물경 반년치 생활비 맞먹게 나왔다. 사회생활하려면 폼도 좀 잡아야 된다고 우겨서 집사람 반대 무릅쓰고 주제에 걸맞지 않게 큰 차 뽑은 게 더 큰 화근인지도 모를 일이다. 액땜으로 넘어가기엔 부담이 너무 커서 요즘 가해차량 잡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 좁은 바닥에서 튀어봐야 어디로 튀었겠나싶어 이삼일이면 해결되겠지 하며 불안감을 달랬는데, 열흘이 넘었는데도 깜깜무소식이다. 인근 CCTV는 물론 양평관내 정비소 주유소 등등을 샅샅이 뒤져봐도 실마리가 안 잡힌다는 담당경찰관 얘기로는 연평균 40건 정도의 뺑소니 사고가 양평에서 일어나고 개중 미검거가 서너건 정도라고 한다. 덧붙여 말하기를 당장 CCTV가 설치되어야할 곳이 관내 33개소이며, 진즉에 설치되었더라면 필자의 가해차량도 벌써 붙잡았을 것이란다. 아직 설치 안 된 이유야 두말 할 것도 없이 예산부족이다.
이 시대에 CCTV는 기본적인 사회방범망인데 이렇게 허술할 수가 있나, 왜 그놈의 예산은 불필요한 구석엔 넘쳐나고 꼭 써야할 데는 모자란 것이냐, 잠시 흥분도 하고 열변도 토했지만 금방 스스로가 낯 뜨거워졌다. 명색이 지역언론인이면서도, 심심찮게 강력범죄가 일어나는 데에도 도시나 인근지역보다 범죄발생률이 현저히 낮다는 이유 하나로, 이곳 양평을 마냥 평화로운 시골이며 범죄라고는 아예 없는 성지인양 안이하게 여겨왔으며, 내가 당하고 나서야 사회방범망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게 얼마나 꼴불견인지 뉘우친 때문이다.
피해자의 고통은 범죄발생률과 무관하다. 양평에서 일 년에 단 한건의 범죄가 발생되더라도, 피해당사자의 입장에서 또한 피해당사자가 될 확률이 아주 없지는 않은 양평군민 모두의 입장에서 보면 최소한의 사회방범망 구축은 예산타령으로 뒷전에 놓을 일이 아니다. 부주의가 도둑을 부르는 법이며, 이곳 양평도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도시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양평경찰서와 양평군은 긴밀한 협조와 적절한 대처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범죄발생은 공동의 책임이며, 사회방범방 구축은 공동의 의무임은 너무나 당연한 소리일 터.
막간을 이용해 내 차 박살낸 운전자에게 고하노니. 요즘 꿈자리가 뒤숭숭할 테니 자수하시길. 경찰서 가기가 겁나면 소리 소문 없이 여기 YPN으로 연락하시길. 수리비 절반만 받을 용의 아주 많음. 더치페이, fifty - fifty, 반땅. 용어는 무얼 선택하든지 반반씩 손해보고 마시길.
안병욱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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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문제는?님의 댓글
문제는? 작성일양평군의 문제는 군비를 효율적으로 사용치 못함이 문제요~
빠른 길을 놔두고 돌아가는게 아니라 길을 몰라서 천천히 가는게 더 큰 문제라오~
당연히CC-TV설치가 아주 중요한 일인데 언론사 대표까지 이렇게 당하시다니...
바로 이게 무능한 군수님 덕분인 줄 아시요! 에헴~~
허얼..님의 댓글
허얼.. 작성일큰일 나셨을 뻔 했습니다.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많이 안다치신게 불행 중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