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변전소, 더는 묻어둘 수 없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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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밤 11시 45분, 양평군 양평읍 백안1리 주민들은 다시 한번 두려움에 휩싸였다. 용문변전소 내 야외변압기 3대(154kV, 60MW)에서 전력 과부하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소방과 경찰, 한국전력 등 59명이 긴급 출동하며 대대적인 진화작업이 벌어졌지만, 새벽까지 잠 못 이룬 주민들은 “이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사는 것 같다”며 공포에 떨고 있다.
용문변전소는 지난 1975년 설치돼 반세기 가까이 지역 전력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당시 인구 1천여 명의 한적한 농촌마을은 이미 아파트, 다세대, 원룸이 밀집한 주거지로 탈바꿈했다. 백안1리의 현재 인구는 4천 명이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도 변전소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주민 김모 씨(52)는 “그동안 전자파 걱정도 모자라 이제는 불까지 났다. 우리가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살아야 하느냐”며 “이 시설은 주민을 위한 게 아니라 한전의 이익을 위한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미 2020년에도 백안1리 주민들은 변전소 이전을 요구하며 집단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당시에도 한 장짜리 A4 답변서로 '이전 불가' 입장을 밝힌 채, 고압선 지중화나 송전탑 실내화 등 대안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주민들의 우려는 현실이 되어버렸다.
한전은 여전히 똑같은 논리를 되풀이한다. ‘전기사업법 제72조에 따라 이전비용은 요구자가 부담해야 하며, 이전 지역은 전력공급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하고, 부지 확보와 민원 해결도 요구자의 책임이다.’
이는 공공성을 내세우는 에너지 공기업으로서의 책무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안전은 모르쇠, 책임은 전가, 수익만 챙기는 민간 독점기업과 무엇이 다른가.
양평군 역시 자유롭지 않다. 행정구역상 권한이 없다는 말로 일관하며 주민의 불안에 눈감고 있다. 그러나 이번 화재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명백한 경고다. 백안리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주거지 인근 위험시설에 대한 구조적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신호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송전선 지중화, 변전소 현대화, 이전 재배치, 종합전력계획 수립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군과 한전, 주민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일방적인 법 조항만 내세우는 시대는 지났다.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수치로 환산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번 화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이미 예고된 참사였고, 다음 경고는 더 큰 대가를 요구할지 모른다.
/발행인 안병욱
안병욱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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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백안리님의 댓글
백안리 작성일양평군 용문면 백안1리 용문변전소가 아닙니다
수정하셔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