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10년 양평의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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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를 비롯한 선진국 정상들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집합한 광경에서, 연일 쏟아지는 금메달 소식에서 새삼 우리나라의 국력을 실감하게 된다.
국력은 곧 국민 개개인의 힘일 터인데, 국력이 비약적으로 신장하는 만큼 국민 개개인의 삶도 신장했는지는 의문이다. 국력신장 수준에 발맞추거나 뛰어넘을 정도로 생활수준이 나아지고 있는 계층도 분명 존재하지만 일반 서민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는 게 현실이다.
우리가 사는 양평도 많이 발전했다. 전철이 다니고 도시가스가 들어오고 대단위 사업이 시행 중이거나 준비 중이다. 그러나 대다수 군민의 삶은 지역발전과 무관한 게 현실이다.
이제 겨울로 접어들었다. 실내온도를 작년보다 낮춘 가정이 많다. 작년에도 재작년보다 실내온도를 낮춘 가정이 많았다. 수입이 기름값 뜀박질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
실내외 온도 차이가 적은 것이 건강에 좋다고 타이르고, 에너지 절약의 당위성을 아이들에게 내세우지만 마음이 우울해지는 양평의 가장들이 늘고있다. 도시가스 공급지역의 난방비를 떠올리고 슬며시 부아가 치미는 양평의 가장들이 늘고있다.
상대적 박탈감이 어떤건지 실감나는 때문이다. 일반 시민의 겨울나기가 이럴진데 형편 어려운 우리 이웃의 겨울나기는 어떨까. 들여다 보면, 실내온도 몇도 낮춘 것 갖고 왈가왈부하는 일은 그야말로 배부른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겹겹이 옷을 껴입고 오로지 전기장판에 의지해 겨울을 나는 이웃이 의외로 많다.
기름보일러나 가스보일러는 그림의 떡이고, 연탄보일러로 바꾸자니 집주인 허락도 어렵거니와 내집이라 하더라도 보일러 교체비용이 막막한 형편에 놓여있다. 거동까지 불편한 노약자는 때맞춰 연탄갈 일이 태산 같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나 살기 바쁜데 남의 사정 신경쓸 겨를이 어디있냐, 는 이기심과 적어도 내 주변에 춥고 배고픈 사람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 우리 대다수가 지닌 솔직한 이율배반적 사고이다.
그래도, 연탄을 이웃에게 전달한 양평군민포럼의 활동상에 오지랖도 넓네 하는 반응보다는 좋은 일하네 하는 반응이 훨씬 우세하다. 군수며 군의원 등도 함께 구술땀을 흘리며 직접 연탄배달에 나선 모습이 한결 훈훈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움이 크다.
일회성 미담은 촛불에 시린 손을 잠깐 쬐이는 효과 밖에 없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양평군 차원에서, 기름보일러가 무용지물인 가정이 안전하고 저렴하게 연탄보일러로 교체할 수 있는 방안과 안정적인 연탄 수급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마땅히 시행되어야 할 저소득층에 대한 유류세제 폐지가 언제 성사될지 알 수 없는 현 상황에서 기존의 난방 방식으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급하게 전기장판, 침낭, 내복 등의 기본적인 월동품을 폭 넓게 지원해야 한다. 예산타령은 쓸데 없는 소리이다.
최소한의 생존요건이 절실한 지역주민을, 중앙정부의 현실과 동떨어진 사회복지정책에만 떠넘기는 행태는 지자체의 직무유기와 다름 아니라는 신념만 뚜렷하다면 필요예산은 결코 장애요소가 되지 않는다.
양평군이 솔선수범하면 부족분은 지역사회에서 충분히 충당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양평군의 의지와 지역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며 또한 기대한다.
안병욱 (ypn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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