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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강영우 박사 영면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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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2-02-27 10:23 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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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무원 숫자는 450만을 헤아린다. 그 가운데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무원이 2천5백, 또 그 가운데에서 상원인준을 받아야  오를 수 있는 자리가 500개 정도이다. 이 500명이야 말로, 장벽 높기로 악명 높은 미국 주류사회 가운데에서도 핵심이다. 재미교포 240만명 가운데 최초로 이 핵심에 진입한 사람이 바로 강영우 박사다. 대한민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이며, 1944년 이곳 양평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강영우 박사가 타계했다. 전세계 장애인에게 뚜렷한 희망을 나누고, 대한민국 역사에 선명한 족적을 남기고, 양평 역사에 찬란한 별이 되었다. 잘 알려있다시피 고인의 성장기는 암흑 그 자체이다. 14살에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공에 맞아 실명을 하고, 홀어머니는 이 비극의 충격으로 세상을 떠난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어 고아가 돼버린 4남매의 생활을 짊어지었던 손위누이는 봉제공장에서 일하다 19살 나이에 과로로 사망한다. 남은 3남매는 뿔뿔이 흩어진다. 13살 남동생은 철물점으로, 9살 여동생은 고아원으로, 16살 강영우는 맹인보호시설로. 절망의 끝자락에서 고인은 점자책에서 구원을 얻는다. “갖지 못한 하나를 한탄하지 말고, 갖고 있는 열에 감사하라.”는 구절이 암흑을 꿰뚫는 빛이 된다.

강영우박사 부인 이름 석은옥은 석경숙에서 개명한 이름이다. 돌을 갈고닦듯 노력하는 석(石)의 시대 10년, 드디어 빛을 발하는 은(銀)의 시대 10년, 은은한 격을 영원히 잃지 않는 옥(玉)의 시대 10년, 고인이 자신의 꿈과 목표를 담은 이름을 청혼예물 대신 바친 때문이며, 석여사가 그 청혼예물을 세상 어느 보석보다 소중히 가슴에 담은 결과이다. 자원봉사자와 수혜자, 명문여대학생과 맹아학교학생으로 만나 10년만에 결혼에 이르렀을 때 석여사의 홀어머니는 딸의 뜻을 아무런 반감 없이 반겼고, 석여사의 친구 가운데에서는 친구가 장님과 결혼하는 게 창피해서 결혼식에 불참한 사람도 적잖았다고 한다. 강박사는 청혼의 약속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지켜냈고, 석여사는 그 약속의 길을 동반했던 지팡이로써 늘 행복했노라 고백한다. 창피하다던 석여사의 친구 중 하나는 40년만에 재회한 자리에서 ‘너는 어쩌면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좋으니’라고 말했다고 한다.

강영우박사는 즐겨 고향 양평을 찾았다. 양평 곳곳에서 강연을 했고, 고향사람들에게 고향을 위한 교향의 장애인을 위한 일에 손잡기를 권하곤 했다. 독실한 교인이지만, 교회 밖에서는 함부로 종교를 논하거나 교화하려들지 않았다. 늘 소탈했고 겸손했으며 유쾌했다. 별세소식을 듣고, 고인의 여러 양평지인들처럼 필자 역시 가슴이 아팠다. 좀 더 고인의 말씀과 뜻에 귀 기울이지 못했음이 민망하고, 생전에 고인이 그토록 바라던 양평에서의 여러 복지사업을 거들지 못해 죄송하고, 진즉에 모셔 양평사람에게 하고픈 말씀을 기록해 두지 못했음이 뼈저리게 후회가 된다. 잃고 나서야 귀함을 깨닫는 이 우둔함을 어찌 할꼬.

강영우박사는 췌장암 선고를 받고 작별 이메일을 지인들에게 보냈다. 가히 성인(聖人)의 말씀이 담겨 있다. 시한부생명 한 달을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 받은 삶을 살아온 제가 이렇게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허락받아 감사”한 일로 받아들였다. 죽음을 “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는 현실”로 초연히 마주했다. 실명의 고통을 “눈을 잃음으로써 너무나 많은 것을 얻은” 계기로 승화했다.

강영우박사의 일생을 회고하며 아무리 눈을 씻고 바라봐도 잡문으로 껴들 구석이 없다. 의미를 부여하는 일조차 송구하다. 본받자 말하기조차 과욕일 만큼 치열하고 숭고한 삶이어서다. 고인의 어록에서 지금 대한민국에, 지금 양평에, 지금 우리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금언을 되새긴다. “실명보다 더 큰 불행은, 눈은 뜨고 있으나 비전은 없는 삶”, "Opportunity is nowhere!(기회는 어디에도 없다)에서 nowhere라는 단어를 띄어쓰기하면 Opportunity is now here!"(기회는 지금 여기에 있다)가 된다“는 고인의 말씀을 독자와 함께 되새기며 삼가 명복을 빈다.

안병욱 (ypnnews@naver.com)

댓글목록

강철희님의 댓글

강철희 작성일

강영우 박사님!! (서종면 문호리 출생 )

신앙인 이전에  미국의 한인 이민사에서 가장  존경할 만한 분!!

이분이 과연 어떤분이신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수십만의 교포들,  성공한 사람들이 수도 없지여~

그러나 그 분들은 정상인으로 절대  강영식 박사님과 비교불가하다고 저는 자신있게 ......

내 자신과의 고단한 인생 싸움, 자녀들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무엇이 문제 입니까? 내 자신의 몸으로  할수 없는게 무엇입니까?

시력 장애인으로써 정상인들이 절대 불가사의한 꿈같은 일들을 이루신 분입니다~

저녁시간이 지루 합니까? 연속극이 영양가가 부족합니까?

잠시 시간을 만들어 68세에 생을 마감하신  이분의 인생 여정의 부분적인 것들을 통해

 귀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2009년 4월에 본인이 출석하는 시드니순복음교회에서 삼일간 있엇던 성회 동영상을

추천 소개해 드립니다.

  "박사님! 이젠 천국에서 편히 쉬십시요!!"

동영상 보는 방법은~ 대문자로( SFGCTV.COM )  -> 성회/집회 -> 4페이지, 번호 158,15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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