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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유감 『삶의 행복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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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1-09-05 08:55 댓글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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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에 양평군에서 제작한 전단지 한 장이 껴 있었다. ‘9월 10월엔 양평은 축제다’ 가 제목이다. 양평은 축제다? 이게 어느나라 문법인가, 하는 실소와 누구 염장 지르나, 하는 짜증 사이로 ‘축제 파라다이스, 양평’ ‘에코피아, 양평’ ‘대한민국의 스위스, 양평’. 요 몇 달 새 양평군에서 쏟아낸 문구들이 스쳐 지났다. 슬로건인지, 지상목표인지, 단지 미사여구인지 종잡을 수 없을뿐더러, 조악한 표현이 양평군민의 한사람으로써 낯 뜨겁기 그지없다. ‘축제 파라다이스’라는 말은 도대체 무슨 의미이며, ‘에코피아’는 또 무슨 소리인가. 축제 벌리기에 천국 같은 곳이라는 뜻이든 축제가 열려 천국 같은 곳이라는 뜻이든, 거개의 군민들 정서와는 완전히 따로 국밥이다. 외래어를 억지로 조합한 ‘에코피아’라는 단어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ecology(생태)와 utopia(이상향)를 묶은 말인 듯 싶은데, utopia라는 단어가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 장소를 의미함을 알고서나 사용하는 것인지.

‘대한민국의 스위스, 양평’ 앞에서는 양평군민의 한사람으로써 손발이 오그라들 지경이다. 알프스 산맥과 수 많은 호수로 이루어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양평과 엇비슷하다 여기는 마음씨야 지극한 애향심의 발로쯤으로 봐넘기더라도, 스위스의 명성이 단지 자연환경만으로 쌓아진 게 아님은 누구나 알고있는 사실이 아닌가. 세계적인 관광자산에 풍부한 수력자원, 기계·화학·금속·약품공업 중심의 고도공업체제, 유엔 관련기구를 위시한 각종 민관 국제조직의 본거지, 영세중립국에 독보적인 국제금융망, 2010년 기준 국민당 소득이 약 6만5천달러(7천26만원) 등을 따라잡겠다는 의지는 가상하지만, 양평군이 돈키호테의 후손이 아닌 바에야 함부로 입 밖에 낼 소리가 아니다. 스스로 붙이는 수식어는 남이 인정해줘도 꼴불견이기 십상인데, ‘대한민국의 스위스’ 따위의 호들갑스러운 자화자찬은 거꾸로 양평의 이미지를 추락시킬 뿐이다. 필자의 주장이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꼴’ 로 보일 여지도 있고, ‘말이 그렇지 언제 양평이 스위스라고 했냐’ 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양평군은 속 보이는 광고로 고객을 유치하거나 얄팍한 사탕발림으로 세상의 눈을 현혹시켜도 큰 죄가 안되는 영리업체가 아니다. 9만 양평군민을 대표하여 그에 준하는 위엄과 격을 갖춰야 하는 기관인 것이다.

양평군에서 남발하고 있는, 정제되지 않은 말 가운데에서 단연 압권은 ‘삶의 행복 운동’ 이다. 군청사에 내리닫이로 걸려있는 대형현수막을 필두로 양평 곳곳에서 나부끼는 ‘삶의 행복 운동’을 마주칠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사람이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도대체 ‘삶의 행복’이 ‘운동’으로 가당키나 한 것인가. 개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인 행복의 척도를 ‘청결․질서․예의’ 로 못 박아놓은 시대착오적 발상은 도대체 어느 누구의 머리에서 삐져나온 것인가. 초등학교 급훈으로 걸려 있으면 딱 어울릴 ‘청결·질서·예의’ 따위가 2011년 양평의 정치사회적 무브먼트의 꼭짓점이란 말인가. 문 밖에 나서면 맨 숲과 물인데 양평이 더러우면 얼마나 더러울 것이며, 서울의 1.4배 면적에 고작 9만명이 사는데 질서가 없으면 얼마나 없을 것이며, 지역사회 선후배 사이가 깍듯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곳에 예의 없는 인간이 있으면 얼마나 있을 것인가. 양평군민이 청결하지 않고, 질서가 없고, 예의가 없어 양평이 요 모양 요 꼴이니, 청결해지고, 질서가 잡히고, 예의만 발라지면 양평군민의 행복은 따논 당상이라는 소리인가. 참으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삶의 행복’은 참 좋은 말이다. 누군들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지 않겠는가. 이 시대 양평군민이 꼽는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물론 수많은 조건이 나열되겠지만 대부분은 건강, 경제, 사회복지망 범주에 속할 것이다. 행복의 조건은 고사하고 생존의 조건을 우선하는 군민도 적잖을 것이다. 이 역시 대부분 건강, 경제, 사회복지망 범주에 속할 것이다. 필자의 짐작은 양평군민의 보편적 사고를 대변하는 것이다. 오차가 없다면 양평군이 총력을 기울여야 할 꼭짓점은 불 보듯 뚜렷하다. 이토록 선명한 꼭짓점 대신 쌍팔년도 훈육용 구호를 내세우는 까닭이 무엇인지 양평군에 묻고싶다. 묵묵부답으로 ‘삶의 행복 운동’을 전개하다 제풀에 꺾여 또 다른 구호를 요란하게 내밀기 전에 그 이유를 꼭 알고싶다.

안병욱 (ypnnews@naver.com)

댓글목록

군민님의 댓글

군민 작성일

양평군민에게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먹고사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양평군민에게 양평발전의 가장 우선시 해야 할 것을 묻는다면 공직사회의 개혁을 얘기 한다.
양평군민에게 양평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알 권리를 주장하는지식인들은
정론직필을 못하는 언론의 개혁을 요구한다.

모처럼 속시원한 칼럼입니다.
YPN의 정론직필을 서울에서 응원합니다
YPN화이팅!

김삿갓님의 댓글

김삿갓 작성일

언제나 정론으로 가십시요! 박수를 보냅니다.

너무도 보잘 것 없는 양평에서 군수만 유독 행복 1위도시라고 떠듭니다.
본인의 무능이 어느정도인지를 모릅니다.
그게 무서운 것입니다.

다른 지역들의 일거리 창출을 위한 발전들을 보십시요!
군민이 늘어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이곳이 바로 무능의 생태마비 도시가 아닌지요?

본인이 면장에서 어느날 깨어보니 군수가 되었습니다.
생각도 못했던 일이 전임군수의 선거법위반으로 낙마가 되고 그가 도와주니 군수가 됩니다.

그 후로...
양평군이 발전 된 것 아무 것도(순리적 현상 정도) 없습니다.

그것이 세월의 4년 흐름에 맞는 進道(진도)일뿐 우리 주변에서 삶의 질이 올라가고 나아진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많은 주부들이 일하고 싶어도 일이 없고, 젊은 학생들은 졸업후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고...

군수에 당선된 사람이 낙마한 두분을 불러서 좋은 정책을 토론 하거나 위로의 식사한번  대접했다는 소식도 없고... 혼자서 하는 일이 너무도 가볍고 無變(무변)의 흐름입니다.

생태행복도시란 말 같지도 않은 구호며 위에서 지적했듯 그저 무지한 자들을 위한 말같지 않은 구호입니다. 바로 양평군의 한계입니다. 이런 잘못됨을 꾸짖는 언론이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YPN의 사설이 지식인 층의 대변자가 되고, 무지한 군민의 알권리를 충족 시켜주는 촌철살인 언로가 있어서 숨을 쉽니다. 아주 좋은 글을 읽고 민초로 박수를 보냅니다. -김삿갓-

물맘님의 댓글

물맘 작성일

동토의 땅에도 봄은 오는가?
한 번 쯤 읽어보고, 무엇인가를 느끼고,  생각을 가다듬어 볼 기회를 제공하는 글 한편을 접한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고뇌가 있으셨을 님의 글들 감사합니다.
건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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